공솔 블루홀 디렉터 "기획자는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

정진성 기자     입력 : 2026/10/27 11:54   

게임 기획자를 꿈꾼다면 이용자의 시각에서 벗어나 제작자의 관점으로 게임을 바라봐야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단순히 ‘재미있다’고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의도로 설계됐으며 이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는지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솔 블루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27일 판교에서 열린 ‘경기게임커넥트 2026’에서 약 15년간 게임 기획자와 리드를 거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기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자의 역할과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공 디렉터는 기획자가 경계해야 할 표현으로 ‘재미’를 꼽았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인 단어여서, 재미있다는 설명만으로는 무엇을 만들려는지 동료에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솔 블루홀 디렉터가 27일 경기게임커넥트 2026에서 강연을 진행 중이다.(사진=지디넷코리아)

그는 “기획자는 ‘재미있어서요’, ‘재미있을 거예요’, ‘다른 데서 하니까 재미있는데요’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며 “이 경험이 의도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만들려는지 설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게임의 시스템을 가져오는 것만으로 같은 경험을 구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짚었다. 특정 기능이 왜 필요한지, 이용자에게 어떤 행동과 경험을 유도하는지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 디렉터는 “내가 만드는 사람이 되려면 왜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지, 특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설계 의도와 실제 결과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능력과 작품을 끝까지 완성하는 능력도 구분했다. 인상적인 한 장면이 떠올라도 이용자가 그 장면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발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런 역량을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보드게임 제작을 제안했다. 공 디렉터 역시 기업에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이끌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소재와 규칙을 활용한 보드게임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어떤 프로덕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걸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보드게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공솔 블루홀 디렉터가 27일 경기게임커넥트 2026에서 강연을 진행 중이다.(사진=지디넷코리아)

보드게임은 종이와 펜만으로도 핵심 규칙을 시험할 수 있고, 이용자에게 제공하려는 경험을 명확한 글과 규칙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획 훈련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시연하고, 반응을 확인해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라는 조언이다.

공 디렉터는 “보드게임을 만들어 끝까지 출품해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단계에서는 개별 시스템을 넘어 작품 전체와 팀을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튜토리얼과 연출뿐 아니라 글꼴과 아이콘 색상까지 전체 경험에 영향을 미치며,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기획자·엔지니어·아티스트가 같은 방향을 보도록 돕는 능력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AI 활용이 늘어난 환경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봤다. 결과물을 만드는 문턱이 낮아진 만큼 포트폴리오만으로 자신을 증명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진단이다. 작은 행사나 학교 안에서라도 작품을 소개하고, 자신이 어떤 생각과 능력을 가진 사람인지 알리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으라고 조언했다.

다만 생각하는 과정까지 AI에 맡기는 것은 경계했다. 공 디렉터는 “가끔씩 사고까지 전부 다 AI한테 일임하는 분들이 있다”며 독서를 권했다. 이어 “내가 사고하는 과정을 갖고 있어야 의도했던 경험이나 타인을 설득할 때 쓰는 말을 정리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