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파고든 젠슨 황…게임사·페이커 앞세워 '차세대 AI PC' 생태계 구축

정진성 기자     입력 : 2026/06/08 10:44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일정 중 T1 소속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비롯해 김택진 엔씨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잇달아 'PC방'에서 회동했다. 한국의 독특한 PC방 문화와 이스포츠 인프라를 지렛대 삼아, 'RTX 스파크'와 하이엔드 그래픽카드 'RTX 5090'의 붐업을 노리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번 연쇄 회동은 단순한 칩셋 공개를 넘어섰다. 젠슨 황 CEO는 지난 7일 PC방 현장에서 "이스포츠는 한국의 놀라운 첫 수출품이며, 세계 이스포츠는 한국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엔비디아의 글로벌 그래픽카드 시장 장악에 한국 PC방 생태계가 큰 역할을 했던 만큼, 차세대 칩셋 흥행 역시 국내 게임사와의 파트너십 및 PC방 활성화에 달렸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강남의 한 PC방을 찾아 김택진 엔씨 대표와 만남을 가졌다.(사진=지디넷코리아)

실제로 젠슨 황 CEO는 엔씨와의 파트너십 25주년을 기념해 지난 7일 강남 PC방에서 김택진 대표와 깜짝 만남을 가졌다. 

현장에서 젠슨 황 CEO가 "AI와 함께 PC를 재발명하고 새로운 아키텍처를 만들 것"이라며 RTX 스파크를 소개하자, 김 대표는 "너무 좋다"고 호응했다. 이후 김 대표는 "25년 동맹 엔비디아와 엔씨의 게임 개발 및 AI 연구 협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굳건한 동맹을 과시했다.

이 자리에서 양사는 RTX 스파크가 탑재된 노트북으로 신작 '아이온2'와 RTX 플래그십 타이틀 '신더시티'를 시연했다. 이들의 협력은 하드웨어를 넘어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된다. 

자체 AI 자회사 'NC AI'를 보유한 엔씨는 엔비디아의 비디오 생성 기반 월드 모델 '코스모스'를 활용해 도메인 특화 파인튜닝을 진행하고,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개발을 병행할 계획이다.

젠슨 황 CEO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강남 PC방에서 만남을 가졌다.(사진=한국게임기자클럽)

크래프톤과의 만남도 궤를 같이한다. 젠슨 황 CEO는 같은 날 장병규 의장과 회동했다. 장 의장은 "엔비디아가 오랫동안 게임 쪽에 뿌리를 내린 회사인 만큼, PC방에서 그 뿌리를 확인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며 만남의 의의를 짚었다.

장 의장은 RTX 스파크에 대해 "게임과 AI가 같이 만나는 칩"이라고 정의하며 "크래프톤 역시 이에 맞춰 지난 1~2년간 협력해 게임과 AI가 결합하는 '펍지 앨라이(PUBG Ally)'를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펍지 앨라이는 엔비디아 에이스(ACE) 기술 기반 온디바이스 소형 언어 모델을 활용해 이달 중 배틀그라운드 아케이드 베타 서비스로 공개된다. 크래프톤 역시 올해 초 루도 로보틱스를 설립해 휴머노이드 로봇 AI를 연구하며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게임사 수장들과의 연쇄 회동이 기술 협력과 생태계 구축을 위한 뼈대라면,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의 만남은 일반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세계 이용자에게도 상징적인 아이콘을 통해 신형 칩셋과 그래픽카드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대중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기 위해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공간인 PC방을 택한 점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젠슨 황이 5일 서울 홍대 T1 베이스캠프를 찾아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만남을 가졌다.(사진=지디넷코리아)

젠슨 황 CEO는 현장에서 팬들에게 추첨을 통해 직접 RTX 5090을 증정하고 RTX 스파크를 소개하며 적극적인 소통을 진행했다. 막강한 팬덤을 지닌 이스포츠 스타와의 교감을 통해 차세대 기기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다.

결과적으로 젠슨 황 CEO가 'PC방 순방'을 이어간 것은 한국 대표 게임사의 기술력과 '페이커'라는 독보적인 이스포츠 아이콘을 전면에 내세워, 차세대 칩셋인 'RTX 스파크'의 시장 안착과 새로운 AI 게이밍 생태계 확장을 동시에 꾀하려는 다목적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한국의 상징적인 PC방 인프라와 글로벌 게임 IP를 차세대 컴퓨팅 생태계 구축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라며 "단순한 하드웨어 홍보를 넘어, 'RTX 스파크'를 통한 생태계 전환, 피지컬 AI 시장의 패권까지 쥐겠다는 전략이 담긴 행보"라고 분석했다